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雨中閑談

햇꿈둥지 2015. 7. 12. 18:50

 

 

 

#.

태풍 덕분에

메말랐던 들판이 비로소 촉촉하다

 

#.

잎새마다 가득한

물기 아닌 윤기,

 

#.

작물은 한뼘쯤 자라고

풀들은 한발씩 일어서고

 

#.

전화가 왔다

- 일요일인데 뭐해요?

 

일요일이 뭐여?

 

#.

오래전 워터파크라는 놀이시설에서의 기억,

남자 여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짬뽕으로 물에 젖어 신바람나는 자리 한 구석에

손주인듯한 어린아이를 신주단지 처럼 끌어 안은채

뻘쭘 어색한 분위기로 겉돌기를 하시던 노부부가 있었다

 

#.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 날이 하도 더워 물놀이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가실래요?

 

내게도

올 것이 왔구나

 

#.

집안 청소 중에 깊은 구석에 박혀 있던 통조림 하나를 찾았다

그 상표에 새겨져 있는 유통기한이란 숫자

문득

내 몸 어딘가에도 유통기한이 새겨져 있을거라는 확신,

 

#.

종일토록 비 오심으로

종일토록 빈둥거리다

 

#.

아침나절 밭에 올라

풋고추 다섯개

오이 세개

가지 두개와 쌈채 몇잎으로 초록 넘실대는 밥상,

산속 공짜 마켙,

 

#.

그니의 오랜 궁리와 땀으로

양 한마리 생명을 얻었고

사람의 인연에 묶여 산중 가족이 되어

먼 산 그윽히 바라보며 그저 묵언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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