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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안에서 지지고 볶기를 일삼던 건달 친구들이
산골을 벗어나고 싶다고
몇날 몇일을 모의한 끝에 드디어 집을 나서던 날은
가뭄 중에 살짝 비가 오시리란 풍문이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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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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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명쯤을 담을 수 있다는 버스 안에
스무명이 안되는 사람들이 듬성 듬성 앉아서는
길 떠나기 전 부터 고뿌잔을 들이켰으니
뛰고 놀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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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에
그렇게 살인적인 음량의 스피커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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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엔진의 힘이 아닌
소금맞은 미꾸라지 처럼 들뛰는
이들 광란의 힘으로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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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고
물 건너
저 먼 바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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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봐야
여전히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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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하루
화살 빗 맞은 멧돼지 처럼 들뛰고
소 만큼 먹어
스트레스도 스텐레스도 다아~ 씻었노라고
모두들 입을 모아 말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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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다시 각자 일상의 족쇄를 찾아
스스로를 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