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밭고랑 고해성사

햇꿈둥지 2015. 7. 4. 16:28

 

 

 

 

 

 

#.

치악 늑골 한켠을 헤집어

감자 심고 옥수수 심었습니다

 

#.

본디의 초록 생명을 거두어 낸 뒤

사람에 길들여진 몇몇을 가꾸어 놓은채

감히 농사라고 했습니다

 

#.

아버지에게 물려 받은 소를 팔아

트랙터와 이런저런 편의의 기계들을 들였으니

시골에서 조차 나이든 이에게 물을 것이 없습니다

 

#.

트랙터와 기계들은

여물 대신 기름을 먹고 움직입니다

 

#.

그러므로

농업은 공업이 되었습니다

 

#.

이웃들과는 씨앗과 품을 나누는 대신

새롭고 신통한 농약 얘기를 주고 받습니다

 

#.

베적삼이 다 젖도록 콩밭을 매던 일은

제초제에게 떠 맡기고도

 

#.

밭이랑과 고랑을

비닐로 꽁 꽁 싸 매었으니

 

#.

대지는 어머니가 아니라

뒈지는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

그리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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