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뫼비우스의 띠

햇꿈둥지 2020. 3. 17. 18:48

 

 

#.

겨울을 지내고도 여전히 매달려 있던 나뭇잎들은

며칠 거센 바람에 대부분 떨어지고 말았다

 

#.

자연도 이렇게

새로운 계절을 위해 적절하게 준비를 하는 것이다

 

#.

명이가 돋고

볕바른 자리부터 이런저런 새순들이 파릇하니

따로 목 빼어 봄 기다릴 것 없겠다

 

#.

다만

산 중 꽃소식은 바람이 전해 주는 풍문 속에도

감감무소식,

 

#.

새벽 운동길은

박명의 밝음속에 반 넘어 흥건한 달빛을 밟는 일

어둠도 밝음도 아닌 때에

공간을 유영하듯 홀로 걷는 산길 한 시간

운동의 효과를 얻고자 하기보다는

아직 선잠에 빠져있는 새벽 산길의 호젓함이 좋다

 

#.

싸리빗자루 하나 맸다

기성에 길들여진 탓인지 썩 예뻐 보이지는 않으나

성능은 아주 그만.

 

#.

새로 사기보다는 고쳐서 다시 쓰기

웬만큼 해진 옷은 그저 입기

필요한 게 있으면 사기 전에 만들어 보기

 

#.

이 투박하고 거친 방법에 아이들은 질색을 했다

가만 생각해 보니

내 젊었을 때 부모님들께 했던 일과 말들이 되돌이되고 있다

 

#.

인간이 직립보행을 시작하여

두 손을 자유롭게 이용하게 됨으로써

영장으로의 위치를 공고히 하게 되었다는데

요즘 두 손은 오로지 스마트 폰에 묶어 버렸으니

 

#.

이 되돌이 방식은 

퇴화보다는 본래적 기능의 회복 이거나

또 다른 방식의 진화라고 해야겠다

 

#.

자연도

사람의 한 생도

뫼비우스의 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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