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감자 촉성 재배법

햇꿈둥지 2020. 3. 19. 19:08

 

 

 

#.

사람의 거리가 표풍처럼 어지러운데

종일토록 산 위와 아래 계곡 가릴 것 없이

광풍이 불어서

심란하고도 심란한 마음을 다독 이고자

 

#.

고행처럼 감자를 심었다.

 

#.

예년보다 보름쯤 이른 시도,

 

#.

봄볕이 이르게 부드러워진 탓도 그러하거니와

시내 출입이 봉쇄된 이후의 갑갑증을 털어내기 위한

억지 방편이었다.

 

#.

늘 그랬듯이

늦은 가을쯤 한 해를 마무리할 때에는

먹을 만큼만

심고 거두자고 염불처럼 다짐을 해도

봄볕 넉넉한 시절이 되면

홀린 것처럼

먹을 만큼에 나눌 만큼을 더하고 또 더한 량을 심게 되는 일,

 

#.

이 고행을 오롯이 견뎌야 하는 몸 구석구석이

갑옷을 입듯 파스를 바르게 되는 연유이다.

 

#.

허황된 장난 제목에 눈 커진 분들이 계실까?

 

#.

올해 감자 농사는

씨 감자 스스로 발아하도록 기다리는 대신

어미닭이 알을 품듯

고양이가 씨감자를 품어 조기 발아하도록 하는 신농법,

 

#.

사진 풍경처럼

고양이 체온을 이용한 촉성 재배쯤 되겠다.

 

#.

문제는

고양이를 길들이는 일,

 

#.

차라리

감자 대신 고양이를 심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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