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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거리가 표풍처럼 어지러운데
종일토록 산 위와 아래 계곡 가릴 것 없이
광풍이 불어서
심란하고도 심란한 마음을 다독 이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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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행처럼 감자를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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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보다 보름쯤 이른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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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이 이르게 부드러워진 탓도 그러하거니와
시내 출입이 봉쇄된 이후의 갑갑증을 털어내기 위한
억지 방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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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듯이
늦은 가을쯤 한 해를 마무리할 때에는
먹을 만큼만
심고 거두자고 염불처럼 다짐을 해도
봄볕 넉넉한 시절이 되면
홀린 것처럼
먹을 만큼에 나눌 만큼을 더하고 또 더한 량을 심게 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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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행을 오롯이 견뎌야 하는 몸 구석구석이
갑옷을 입듯 파스를 바르게 되는 연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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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황된 장난 제목에 눈 커진 분들이 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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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감자 농사는
씨 감자 스스로 발아하도록 기다리는 대신
어미닭이 알을 품듯
고양이가 씨감자를 품어 조기 발아하도록 하는 신농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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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풍경처럼
고양이 체온을 이용한 촉성 재배쯤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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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고양이를 길들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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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감자 대신 고양이를 심고 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