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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오던 날은
무지무지 엄청나게 반가웠고
이튿날부터는 쪼오오끔 힘들어지다가
지금은 몇일째인지
늘어져 누워 암 생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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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시내 약국을 찾아 마스크 두 개를 하사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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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사태가 진정되면
신경증적 질환이 생길 수도 있겠다
그때는
이마에 마스크를 씌워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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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봄볕에 홀렸거나
코로나로 갇힌 몸의 갑갑증을 견디지 못했거나의
비상구 확보를 위한 선택이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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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짜기 조차 넉넉한 봄볕에 더 해
자주 비가 와 주었으므로
새순이 돋기 전에
농사 본능의 새싹이 솟은 결과이기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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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마을에서 제일 먼저 밭을 갈았으며
제일 일찍 감자를 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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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한 바로는
날라리 농사꾼의 경우
서두름보다는 게으름이 낫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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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래도 함부로 씨 뿌려야 한 것은
봄 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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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없이 성실했던 산골의 하루가 저물고
산 그림자 더불어 누운 뜨락을 쓸고 난 뒤면
온몸을 적시는 느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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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 없는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