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본껵 농사

햇꿈둥지 2020. 3. 13. 19:01

 

 

#.

아이들 오던 날은

무지무지 엄청나게 반가웠고

이튿날부터는 쪼오오끔 힘들어지다가

지금은 몇일째인지

늘어져 누워 암 생각 없다 

 

#.

처음으로

시내 약국을 찾아 마스크 두 개를 하사 받았다

 

#.

바이러스 사태가 진정되면

신경증적 질환이 생길 수도 있겠다

그때는

이마에 마스크를 씌워야 할지도 모른다

 

#.

어찌어찌 봄볕에 홀렸거나

코로나로 갇힌 몸의 갑갑증을 견디지 못했거나의

비상구 확보를 위한 선택이었으며

 

#.

산골짜기 조차 넉넉한 봄볕에 더 해

자주 비가 와 주었으므로

새순이 돋기 전에

농사 본능의 새싹이 솟은 결과이기도 하겠다

 

#.

어쨌든

마을에서 제일 먼저 밭을 갈았으며

제일 일찍 감자를 심을 것이다

 

#.

경험한 바로는

날라리 농사꾼의 경우

서두름보다는 게으름이 낫다는 것

 

#.

그러나

그래도 함부로 씨 뿌려야 한 것은

봄 이기 때문이다.

 

#.

두서없이 성실했던 산골의 하루가 저물고

산 그림자 더불어 누운 뜨락을 쓸고 난 뒤면

온몸을 적시는 느낌들,

 

#.

그 한 없는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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