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열매가 빛을 저장하는 달

햇꿈둥지 2020. 7. 1. 07:12

 

 

#.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7월이

푸른 발로 성큼 들어섰다

 

#.

크리크 인디언들은 7월을

열매가 빛을 저장하는 달이라고 했다

 

#.

허공을

한 알씩으로 분할하여

붉고 달게 익혀 내는 일,

 

#.

지난해 7월의 첫 글은

붉게 익어가는 자두였다

 

#.

산골살이 처음으로

자두가 하나도 없는 7월,

달리지 않았으니 익을게 없는 것,

꽃 필 무렵의 추위로 인한 결과이다

 

#.

7월의 첫날

가만히 비 오시고

찰진 초록만 장대한 새벽

기도하는 마음이 된다.

 

#.

어찌어찌한 연유로

중고 물건만 사고파는 곳을 둘러보게 되었는데

이런 물건도 있구나 싶은 것들이

무진무진 넘쳐나고 있어서

나도

너도

너무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었구나

 

#.

지구 망 할 때 까지

새로이 만드는 것 없어 살 것도 없이

있는 것들 나누고 바꿔 써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더위를 핑계로

비를 핑계로

몇 날 며칠을 붓과 종이에 매달려 탕진,

 

#.

아이들 몰려와 있던 나흘 동안 너무 많이 먹었음이 분명하여

어제저녁은

감자 두 알

풋고추 세 개가 전부였다

 

#.

몸 안으로 드는 걸 가볍게 하여

정신을 맑게 해야 할 일이다

 

#.

풀숲에 숨어 산딸기 익어가고

망초꽃 향기 달보드레한 날들

 

#.

지천의 칡순을 거두어

물김치를 담그면

감자와 옥수수로 차린 거친 밥상이거니

초록 향기 가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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