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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7월이
푸른 발로 성큼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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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크 인디언들은 7월을
열매가 빛을 저장하는 달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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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을
한 알씩으로 분할하여
붉고 달게 익혀 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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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의 첫 글은
붉게 익어가는 자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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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살이 처음으로
자두가 하나도 없는 7월,
달리지 않았으니 익을게 없는 것,
꽃 필 무렵의 추위로 인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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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첫날
가만히 비 오시고
찰진 초록만 장대한 새벽
기도하는 마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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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한 연유로
중고 물건만 사고파는 곳을 둘러보게 되었는데
이런 물건도 있구나 싶은 것들이
무진무진 넘쳐나고 있어서
나도
너도
너무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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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망 할 때 까지
새로이 만드는 것 없어 살 것도 없이
있는 것들 나누고 바꿔 써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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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핑계로
비를 핑계로
몇 날 며칠을 붓과 종이에 매달려 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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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몰려와 있던 나흘 동안 너무 많이 먹었음이 분명하여
어제저녁은
감자 두 알
풋고추 세 개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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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안으로 드는 걸 가볍게 하여
정신을 맑게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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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숲에 숨어 산딸기 익어가고
망초꽃 향기 달보드레한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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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의 칡순을 거두어
물김치를 담그면
감자와 옥수수로 차린 거친 밥상이거니
초록 향기 가득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