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태풍 뒤,

햇꿈둥지 2019. 9. 7. 19:32







#.

울트라

초강력 하고도

짱 힘쎈 태풍이 온다고

티비마다 하두 바람을 잡아대는 통에


#.

아들네 집과 딸네집에 전화해서

절때루 밖에 나가지 말아라

창문마다 아예 못질을 해 둬라

혹시 전화를 통해 바람이 들어 올 수도 있으니

전화도 받지 말아라

온 가족을 질긴 끈으로 꽁 꽁 묶고 있어라

뭐든지 쉬지 말고 먹어 체중으로라도 버틸 수 있게 해 봐라

주옥같은 잔소리로 걱정을 해 주었다


#.

그런데

내 걱정은 언제하나?


#.

아침상을 거둔 시간부터

거친 바람들이 함부로 허공 길을 만들고 있었다.


#.

고요하던 산골 한낮을 휘청이게 한 태풍은

비와 바람을 마음껏 탕진한 뒤

어둠 속으로 떠나버렸고


#.

마당 가득 누운 나뭇잎들,

본격 가을이 당도하기도 전에

미리 낙엽되어 어수선하기 그지없다


#.
거친 비바람 속에서도

배추는 잎이 넓어지고

무들은 앙증맞은 새싹으로 올라섰으니


#.

하늘과 땅 사이

사람만 불안했었구나


#.

헝클어진 집 주변을 정리해서

정갈한 마음으로 추석을 지내고나면

훌쩍

가을 깊어지겠거니


#.

먹 갈고

붓 들어

툭하면 가을빛에 흔들리는 마음 올기들을

다독다독 묶어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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