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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산사나무가 통째로 꽃등이 되었다
향기는 또 얼마나 진한지
나무 아래를 지나치다 보면 콧구멍 부터 어찔한 현기증이 들이 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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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향기 따라
연휴의 머릿날이 되기 전날 저녘부터 손님들이 들이 닥쳤고 산속 오두막에는 또 사람의 소요에 쌓여 버렸다
정자에 앉아 고기를 굽고 잠시 몸을 일으키면 손에 닿는 산사나무 꽃잎을 띄워 일배우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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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나는 동안 집 주변으로는 이런저런 잡동사니들이 쌓여서
첫번째로는 빈 쐬주병에 막걸리병을 주로하여 왼갖 것들이 널부러지고도 마당가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지난 가을 나뭇가지들이 손님으로 오시는 분들께 민망도 하여 신새볔 부터 등줄기 땀 흐르도록 치우고 치우고...
게으르고 게으른 시골살이 어수선함 쯤을 이젠 중증의 내 방식이라고 해도 손님으로 당도하신 분들이야 집 꼴로가 아니라 이 집 사는 사람의 속내를 들여다 보는 창이 되겠거니...
치우고 치워도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 이 노릇을 방창한 꽃들 때문이라 탓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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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한 쑥을 베어 기어이 절구에 빻아 인절미를 만들자는 계획은 아내의 몸살기로 변경 되었다
죽을 뻔 했다 살아 난 것으로는 나 또한 마찬가지,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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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양의 빤한 이유들이 해마다 반복 되고있다
"작년에 언니가 보내 준 쑥떡은 진짜 향기가 좋더구만..."
이런 요구에 애정 반, 의무감 반씩을 섞은 아내의 오지랖이 내겐 항상 리모트콘트롤 효과를 내어서
이마빡 흥건 하도록 쑥 베고
손끝이 까매지도록 다듬어서
동네 방앗간을 수 없이 들락날락 하는 왕복달리기 끝에 먼 대처의 사랑하는 언니와 동생들에게 산골짜기 찰진 봄조각들이 배달 되어진다는 것
올해는 조카 아이들의 수고로움으로 수월한 일이 되었다고는 해도
이제서 무슨 궁합...
그저 복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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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내리던 서리는
시린 이슬로 바뀌었다
서둘러
고추를 심어야 한다는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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