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지레 겨울

햇꿈둥지 2012. 9. 19. 18:38

 

 

 

줄에 묶여 절때루 못 날라가는 새

 

#.

복지시설 관리 업무를 하시는 분들 빼곡히 모인 자리

두시간 가량의 강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정숙하게 단상에 올라

"이번 시간은 자습 하십시요"

너도 좋고 나도 좋고...

 

안되는 일인가?...

 

#.

조선넘 삼세번 이라고

세번의 태풍마져 사납게 다녀가신 자리

 

추워졌습니다

 

#.

모서리 날카로운 바람자락이

추녀끝 풍경을 걷어차며 지나가는 저녁

산골짜기 오두막 창가에서 느껴지는

어두운 겨울 냄새

 

#.

청솔가지 연기 속

치렁하게 늘어지는 승냥이 울음소리

 

환청으로 들립니다

 

#.

이럴 줄 알았으면

아이 혼인 때를 봄으로 정 할 것을...

 

#.

도시의 밤은 여전히 난해 합니다

너무 많은 가로등과

그 아래 너무 많이 노출된 옷을 걸친 속살 뽀얀 아이들이

함부로의 술과 음식을 먹으며 정숙하지 못한 거리,

 

도시에서의 귀환이

귀가가 아닌 탈출이 되는 이유 입니다

 

#.

어두워지는 시간에

어두운 그곳을 빠져나와 불빛 밝은 도시로 돌아가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거언 스무해가 다 되어가도록 역류의 일상을 살아왔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제대로 된 방식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질환을 갖게 되었다는 것,

 

#.

담벼락에 대가리 처 박은채 삼각지지법으로 오줌을 깔기며

술 취한 젊은 날을 건너다 건너다 부랄친구 보다 더 부랄스런 친구가 된 촌놈 하나

어느날 문득 주름진 이마를 강조하며 한다는 소리

- 이제야 얘기 하는데 사실은 내가 너보다 두살 더 많다

- 이제와서 어쩌라구... 알았어 앞으로 욕은 안하면 될거 아냐 개쉐이야~

 

#.

마당가 나무들이 몇일새 수척해졌습니다

지레 겨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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