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인생에도 정량이 있다

햇꿈둥지 2012. 9. 12. 18:33

 

 

#.

- 이제 평생의 술을 다 드셨다고 생각 하십시요

퇴원을 승인하며 젊은 의사는 근엄하게 선언했다

 

- 저어~ 혹시 덤 같은건 없을까요?  쉬발~

 

#.

담배 쫑

술 쫑

목숨만 쫑나면 되겠군

 

#.

시린 이슬이 내리는 새벽까지

풀벌레는 어둠을 굴리고 있어서

희뿌옇게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감사하게도

또 하루를 대출 받은 것이다

 

#.

젊어

일주일에 팔일씩 퍼먹던 술,

한잔씩만 아꼈더라도 현재진행형이 가능하지 않았겠냐는

조낸 안타까운 심정...

 

#.

그러나 또

졸아드는 마음으로도 사람좋은 얼굴로 곁을 지켜주는 아내여

고맙기도 하여라

그래 까짓거

그노무 술

내 인생에 주어진 정량은 이미 쫑난거라고 치지 뭐

 

#.

그러니 누구든지

나와 같이 술상에 마주 앉으실 분들이여

이제 내 술잔을 받기는 틀렸으니 그대의 술잔을 넘치게 나누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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