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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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

햇꿈둥지 2023. 9. 1. 03:17

 

 

#.
바람과 손잡고 
이웃 도시 나들이,

#.
차와
사람과
음식점마다의
긴 줄과,

#.
이제 주거 구성 공간에서
주방은 폐기해야 될 것 같으다.

#.
손수 지은 밥과 반찬에서
손수 주문한 배달음식으로
성찬이 되는 식탁,

#.
그런데도 오늘 나는
스피노자의 사과나무 같은
무와 배추를 심었다.

#.
꼬맹이 귀뚜라미가 서툴게 우는 저녁,
지난여름 그 뜨겁던 더위에도
멸종하지 않고 살아 있었구나,

#.
별 것 아닌 농사일에
자주 무르팍이 아팠으므로
무릎에 얹힌 짐을 덜어주기로 작정하여
우선 5kg쯤 감량,

#.
이제라도
평생의 시간 동안 내 몸 곳곳에 쌓은
미안함을 덜어내야 한다.

#.
어젯밤 꿈길에는
예고도 없이 어머니가 오셔서는
이거는 요게 뭐냐
저거는 조게 뭐냐
생전의 잔소리를 엎그레이드 하여 쏟아내시다가
"저녁은 왜 안 먹니? 그러니까 기운이 없지"의
마무리 잔소리까지 하셨다.

#.
그런데
저녁 안 먹는거슨 워찌케 아셨댜?
참!
구신같으시도다.

#.
그러고 보니
벌초할 때가 돼얐고나···
에고~

#.
아침저녁으로는 살짝 춥고
한낮에는 여전히 더우니
뭐 이딴 노무 계절이 있는지,

#.
초저녁 잠이 밀물처럼 밀려와
이제 막 꽃잠삼매에 들 참인데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
1년을 기다린
반딪불이었다.

#.
이 험한 천지간에 용케도 살아 돌아왔으니
그저 얼싸 안고
한바탕 덩실 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