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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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 장마,

햇꿈둥지 2023. 6. 30. 07:43

 

#.
장대비 속에
동그랗게 구부린 모습이거니
백두는
염화시중의 미소로 졸고 있고

#.
징검징검 비가 내리고
오락가락 햇볕 나는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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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같기도 하고 
몸살 같기도 한 고뿔이 시작되었다.

#.
삭신의 통증과
신열과
콧물이 생략된 감기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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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였다.
마스크가 해제된 뒤의 느지막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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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결에 창밖을 보면
초록 장대비가 쏟아지는
앓기에 딱 좋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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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모처럼 일심하여
한 삼일
지극정성으로 앓고 있는 중,

#.
옥수수 장하게 자라 아이 업은 모습으로 우뚝하고
감자는 비 속에 주저앉아 버렸는데
여전히 비 오시는
유월의 마지막 날,

#.
칠월 맞이로 준비할 것이
우산 밖에 없는
단순하고 질척한 만남,

#.
평생의 시간을 남 돕는 일로 탕진한 늙은 친구가
이자가 엄꼬
담보도 엄꼬
갚을 기간도 정하지 않은 빈민 은행을 만들어 놓고
종자돈을 모아야 한다기에
기꺼이 가입,

#.
친구를 사귈 때도
궁합 보는 일을 법제화해야 할 것 같다.

#.
어쨌거나 이제
버리고 비워야 할 때,
제법
사람다운 일이 되겠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