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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도 볕도 인색한
벽과 데크의 틈새에 자리잡은
초록 생명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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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 펴지던 날 부터 부지런하던 새들은
추녀 끝 이거나
고로쇠 나뭇가지 이거나
창고의 선반 등 등
이런데 까지?...하는 의아한 곳에 조차
집을 지어 새끼들을 키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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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한줌 없는 마당가 바위 틈새에 싹 틔운
이름 모를 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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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의 생명들과 마주하며
산다는 건
살아 있다는 건
최선 끝에 얻어지는 결과임을 깨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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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쯤 비워졌던 집안에
아무렇게나 누워 있던 낯선 시간들,
주인의 발자국 소리 없이도
장하게 자란 열무며 엇갈이를 솎아
타협되지 않던 이국의 맛들을 비로소 돌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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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박 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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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넘어 가는 시간까지
딸꾹 딸꾹
뻐꾸기가 울고
내 집
내 자리에서의 혼곤한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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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과묵한 고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