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은밀한 동거

햇꿈둥지 2018. 5. 30. 05:38





#.

물도 볕도 인색한

벽과 데크의 틈새에 자리잡은

초록 생명 하나,


#.

봄볕 펴지던 날 부터 부지런하던 새들은

추녀 끝 이거나

고로쇠 나뭇가지 이거나

창고의 선반 등 등

이런데 까지?...하는 의아한 곳에 조차

집을 지어 새끼들을 키워냈다


#.

흙 한줌 없는 마당가 바위 틈새에 싹 틔운

이름 모를 풀들


#.

구석구석의 생명들과 마주하며

산다는 건

살아 있다는 건

최선 끝에 얻어지는 결과임을 깨우친다.


#.

나흘쯤 비워졌던 집안에

아무렇게나 누워 있던 낯선 시간들,

주인의 발자국 소리 없이도

장하게 자란 열무며 엇갈이를 솎아

타협되지 않던 이국의 맛들을 비로소 돌려보낸다


#.

이남박 비빔밥,


#.

해넘어 가는 시간까지

딸꾹 딸꾹

뻐꾸기가 울고

내 집

내 자리에서의 혼곤한 잠,


#.

집은

과묵한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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