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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서른날들이
꽃잎처럼 지고 말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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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오월
민들레,
꽃 이었다가
탐스럽게 홀씨지어 포동 하더니
오늘 문득
빈 꽃자루만 덩그러니 남아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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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지천의 나물들을 고라니처럼 뜯어 먹다가
나무마다 연두빛 거두어지고
의젓하게 초록 그늘을 만들어가는 오월 첫날
열무와 엇갈이와 상추 등 소채의 씨앗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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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급적이면
조장하지 않고
자연이 주는대로의 먹이에 매달려 살아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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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피 엄나무 뽕나무 잎을 얻어
나뭇잎 김치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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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 본 일은 없으나
먹자고 덤벼들어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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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고춧모를 심었다
시작은 창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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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첫날
잠시 땀 흘린 끝에 바깥 샤워를 했다.
여름내
이 호사를 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