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옛날에 옛날에...

햇꿈둥지 2007. 8. 10. 16:07

 

 

 

국민학교 3학년이 되던 해에 아버지께서는 이곳 촌동네로 근무지를 옮기게 되었었다

그 해

전학을 얼마 앞둔 날, 말썽 이라면 상상 불가지경으로 나대던 이놈은 미끄럼틀 대못에 발을 찔리는 일이 생겼고 이 상처가 덧나 걸음도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상태라서

결국은 여주읍내에서 근 이십여리의 신작로 길을 아버지 등에 엎혀 가야만 했었다

이노무 일이 화근이 되어 그렇지 않아도 생경한 시골살이 도대체 동무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다

"교장 선생님 등에 엎혀 온 아이"

동네 아이들은 내 이름을 기억하는 대신 그때의 상황만을 쑤근 쑤근 퍼뜨리고는 도대체 곁을 내주지 않았었다

특히

모두들 도시락이며 책이며 공책 따위를 보자기 하나에 둘둘 말아 어깨에 질끈 동여 매면 그만인 책보 대신 보도 듣도 못하던 가죽 란도셀을 메고 나타 났으니 한무리로 섞이는 일이란게 도대체 쉬워 보이지 않았다. 결국은 몇날 몇일 어머니를 졸라 그 폼나는 란도셀을 폐기처분 하는 대신 노랑색 나이롱 보자기 하나를 등에 메므로써

조금씩 천천히 동무들 속으로 섞이게 되었었다 

빡빡머리 일색의 아이들

그 머리빡에 듬성한 도장부스럼이 있거나 얼굴에 버짐이 피거나 아랑곳 없이 시골 학교 생활은 나날이 즐겁고 재미 있었는데 

 

어느 날 국어 시간 이었는지

"누구 일어나서 국어책 몇 페이지 읽어라"

지엄하신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발딱 일어 선 이 동무 책은 읽지않고 계속 머뭇 머뭇 뭉개고 있는 중에

"아 책 안 읽고 뭐해~"

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진 뒤에야 비로소 대답 이라는 것이

 

"아부지가 거기 찢어서 담배 말아 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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