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속절없이 겨울

햇꿈둥지 2010. 11. 28. 14:48

 

 

 

 

 

#.

지난해와

그 앞의 지난 겨울들이 그러했던 것 처럼

올 겨울도 어김없이

겨울 준비의 동동걸음을 앞질러 푸짐한 첫눈을 앞세운채 점령군 처럼 들이 닥쳤다

정자를 옮긴 뒤 순서를 정할 수 없이 얼키고 설킨 일들

마당 주변 정원등을 늘리거나 옮기고

마당을 정리하여 내년 봄 잔디 씌울 준비며

집과 창고 사이 지붕을 씌우는 일이며

계획하고 궁리한 모든 일들이 눈과 함께 얼어 붙고 말았다

더욱 낮아진 산아래 집들의 지붕 북면으로 눈이 쌓이고 칼날 같은 겨울 바람 속에 

집집마다의 굴뚝에선 젖빛 연기가 너울거리기 시작했다

유난히 마을 개짖는 소리가 명료해지고

산그림자를 징검다리로 건너 어둠이 찾아드는 산골

옷깃을 세우고 가슴을 다독이고...

 

바람보다 더 거친 그리움이란 놈이 들이닥치지 않도록...

 

#.

몇일

흙을 파고 거친 돌을 다루는 동안 손끝은 볼썽사납게 거칠어져서

옷깃을 스칠때마다 나무토막 비비는 소리가 났다

마당을 정비하는 김에 소각로를 겸한 바비큐 용도의 둥근 화덕을 만들자는 계획은

당초의 엄두보다 훨씬 복잡하고 많은 일거리들을 만들어냈고 중간 중간의 시행착오로 늘어지고 늦어진 중에

덜컥

쓸어야 할 만큼의 눈이 퍼부어졌다 

 

그것도 첫눈

그 속에서 느껴지는 이 고립감

 

#.

마늘이 심겨진 윗밭

추위를 핑계로 겨우내 금족과 방관의 터전이 되는 곳,

오름과 내림의 수고로움에도 기꺼이 그곳까지 올라 난로에서 쏟아져 나오는 재를 부어준다

마늘을 더 거두기 위해 거름 삼아 부어줌이 아닌

이 겨울 추위 속에 안녕들 하신지...

 

도리인듯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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