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그늘 내리도록 돌밭에 엎드려 마늘을 심는 사이
뒷산 고라니 치렁한 울음으로 어둠을 부르고 있었다
등지느러미 곧추 세운 바람
능선을 넘고...
#.
봄 부터 가을 떠나도록 섣부른 농사일 끝에 종구씨와 합작으로 쌓아 놓은 폐비닐을 치우고
마당 잔디 깔기 전 한차 가량의 징검다리 넓적 돌을 주어 들였다
돌 주어 나르고
다시 마당 흙을 고르는 삽질이며...
결국
점심 이 후에 파김치가 되어 낮술 몇잔 뒤의 시간을 잠으로 메꾸어 버렸다
스스로의 성취감과 소모감,
이해가 불분명한 시골살이의 양면성
시작과 끝이 명확하지 않은 온통의 일에
단칼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골병을 자초하랴...
#.
소설의 새볔에는 비와 눈을 반쯤 섞은 진눈깨비가
소토골 뜨락에 어지러이 내리고 있었다
예고 정도의 눈 이거나
아예 발을 묶어 버릴만큼 퍼 부어지는 산골의 눈,
그래서
소설과 대설 가운데에 중설 따위의 절기는 필요 없는건가 보다
#.
것 참 묘 하기도 하지...
한가지 일을 끝내면 그 부분이 말끔히 정리되고 종결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또 다른 일이 시작되는
환장 할 놈의 시골살이,
#.
땡땡이를 쳐야겠다
등산 배낭을 꾸리든지
가출 처럼 동해안 줄행랑을 놓든지
이놈의 일덩어리들을 어떻게든 떼어 버려야한다...고
선보살 허튼 염불만
종일토록 늘어 놓다마는 산꼬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