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무 동네 서석은
이틀이 멀다하고 눈을 뿌렸고 쏟아지는 눈의 양도 입이 벌어질만큼 많았거니와
눈이 내리는 양상도 변화무쌍해서
탐스러운 눈송이들이 아다지오 템포로 너울 너울 쏟아지는가 싶다가
빗선의 비바체 형태로 싸락눈을 쏟아 붓기도 했었다
이런 날이면 꺽지아저씨가 자랑스럽게 표현하는 고다시 차량 마져 발이 묶이고
결국은 우리들이 해치워야 할 일감의 원자재 공급이 중단되기 때문에 주인 아저씨의
한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산천에 방목되는 돼지처럼 여유로운 술판을 구가 할 수 있었다
이 술판이라는 것이 제법 특이하고 재미있어서
동해안에서만 잡힌다는 양미리를 꿰미채 잉걸불에 집어 넣은 뒤 재티가 묻어 있거나
말거나 툭 툭 털어 입에 넣으면 고소한 바다 한조각을 입에 넣은듯 신선하고 고소했다
여기에 돌려지는 술잔이라는 것이
댓병의 막소주를 옛날 사발 대접에 찰랑하도록 따라 돌려지니
그 추운 눈밭에서 한잔만 받아 마시면 뱃고래 저 안쪽부터 감전되듯 몸을 흔드는 전율로
취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어찌 됐거나
그럭 저럭 몸 담아 적응해 가고 있는 중인데 별 말 없이 듣고 웃고...뿐인 속에서 점 점
견디기 힘든 분위기 하나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주인 아저씨의 두 딸래미 중 한 녀석은 이제 중학생이니 아주 가끔 방정식 몇개를 풀어
준다든가 영어 책 몇 귀절의 해석을 도와 주며 머리통을 쥐어 박아도 엄살 섞인 동생의 모습 쯤인데,
그 위에
한기에 대한 알레르기인지 밖에만 나서면 얼굴에 홍조를 담게되는
나 보다 다섯살쯤 나이가 적은 계집애는 부르기는 오빠인데 눈빛이 점 점 은근해져 가고 있고
주인 부부조차 그 분위기를 주의 깊게 지켜 보는듯한 느낌...
불편하다
어디론가 또 떠나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