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새벽 뜰에서 가을을 만난다

햇꿈둥지 2008. 8. 6. 15:00

 

 

#.

다행이야

유리 조각 같은 햇살이 쏟아지는 이 염천에 베적삼 다 젖도록 밭고랑을 기어 다니기 보다는

"강원도 찰 옥수수"

"강원도 감자전" 따위를 팔아서

짭짤해 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므로...

 

덕분에

사래 긴 밭은 잡초 속에 누워 휴가에 들었고...

 

#.

중복과 말복 사이에 입추가 끼워져 있었다

문득

해넘이 무렵부터 선들바람 불기 시작하고

초록 틈새 가득

꼭 들어 찬 옥수수 알갱이 같은 풀벌레 소리들

 

이때 쯤이면

그 풀벌레 소리에 아주 곧잘

가슴을 베이곤 했었다

 

#.

입추

 

가을이 온단다

그 푸른

그 맑은...

 

외로움 예방주사 부터 맞아야 하나?

 

#.

밤이 길어지고 있다

어둠의 끝자락에 흥건히 고이는 찬 이슬

 

산 속 어둠은

무게감으로 덮여진다

 

#.

불완전한

그리하여 언제든지 변화 하거나(더러는 진화 라고 하더라만...) 수정 될 수 밖에 없는 수 많은 사람의 이론들

 

흙의 고갱이에 묻힌 씨앗을 싹 틔워

꽃 진 자리에 열매가 맺히고

하늘 품은 고갱이를 만들어 내는...

 

이치를 버리고

이론에 중독된 사람들은

추위 쯤은 불 피워 덥히고

더위 쯤은 에어컨으로 해결하는 실내에 안주하여

밤이 오는지

낮이 오는지

 

절대를 버리고

과학을 신앙하는 시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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