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새벽 넋두리

햇꿈둥지 2014. 10. 30. 05:51

 

 

 

 

 

#.

알록달록 단풍 뒤에

가만히 숨어 있는 삭풍

 

#. 

걷기는

운동이나 명상으로 한정 될 수 없는 그 이상의 행위이다

말하자면

직립의 본디를 회복하는 일이며

인간 본래의 생물적 의식을 되찾는 일이다

 

#. 

걷기에서

두발이 땅에 닿아 있는 부분보다

한발씩으로 몸을 지탱하는 부분이 훨씬 크다

결국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이동 의미 이외에

온몸의 감각과 균형을 동물적으로 회복하는 일이 되는 것,

 

#.

이곳 산속살이가 어느덧 20년인데

이제서야 마을 둘레 산길을 걸었다

오래전 가난하고 힘겨웠던 삶의 흔적들이 

상처의 딱정이 처럼 남아있는 곳 곳,

 

#.

깊은 산 폐묘 위에 아름들이 나무들

일찌기 수목장 있었음을 이제야 알겠노라,

 

#.

여린 밝음보다 먼저

물기 가득한 바람 불고

치악이 검은 등을 세운채 동그랗게 앉아 있는 새벽

 

#.

몇 차례의 된서리 끝에 얼음이 얼었다

겨울 예고,

 

#.

낡아 버린 보일러 연통을 손질하고

밭의 마른 푸새들을 정리하는 사이

가을의 등을 떠밀고

겨울의 손목을 잡아당기듯 소란스러운 바람, 바람, 바람

 

#.

마당 가득 떨어진 나뭇잎

마당 가득 떨어져 누운 가을

 

#.

불 같았던 이 계절을 기억하기 위해

나무들 가슴 속에는 동그란 나이테 하나씩이 만들어 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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