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풍 이거나 어슬렁 멧돼지나 지나다니는 뒷산 능선에서 만난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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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가 산다는 뒷산을 걷는 일과
차들이 거칠게 몰려 다니는 도시의 거리를 걷는 일 중
어느게 더 위험한 일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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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선 시린 달빛처럼 투명한 살얼음이 얼어들던 밤
가난한 지붕 아래 일곱마리 새끼들이
한이불 속에서 다리를 칭칭 감아 잠들던 밤 기억들을
화들짝 되살려 준 뒷산 능선 위의 소나무,
그리고
저 황홀한 일치의 경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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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병으로 온몸이 뒤헝클어진채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던 날들
혼자 생각 했었다
내 짐 이어서 다행이거나
내 대에서 끝 낼 수 있는 업보라서 고맙다고,
그리하여
온몸으로 병을 끌어 안은 어느 딱한 사람의 후견인(?)이 되어
요양 전담으로 도시의 병원을 드나들게 되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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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과 버스를 잘 갈아타야 한다는 도시 사용 설명서를
나는 도저히 이해도 활용도 할 수 없었음으로
상당한 왕복의 거리를 허기지도록 걸을 수 밖에 없었다
환장할놈의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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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도시의 점심 시간,
박속처럼 뽀얀 계집애 셋이 마주앉아
치즈라면발 보다 더 길고 꼬불한 수다발을 뽑아내고 있었고
나는
여전히 홀로의 면벽수행
우라질놈의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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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 굴속 같은 도심 속의 그 가게 주인은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의 제법 복잡한 주문에도 시종 잔잔한 얼굴로
서각도 세개를 뚝딱 만들어 냈다
괜찮은놈의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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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권쯤의 책 값으로 오만원이 채 들지 않아 횡재를 한 기분이긴 한데
죄송 하여라
애시당초의 결의를 무시당하고도 여전히 찰싸닥 붙어 있어야 하는
가격 딱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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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논어
그토록 '仁'을 강조하는 공자님의 말씀 속에서
땟국물 흐르는 선비의 쪼잔함을 엿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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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愛)이란
가심팍에 서로의 마음을(心) 담아 두는(受)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