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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 같이 거친 비가
밤새 내리더니
신새벽 밝음이 갖난 아이 손등처럼 맑고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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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초롱이가 장독대 아래에서
빵 굽는 자세로
기다리고
기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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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새 일가가 횡액을 당 하기 전에
어떻게든 손질을 해 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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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 살인 정환이가
비워져 가는 즈이집 쌀통을 들여다보다가
가라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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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야. 부. 지. 한. 테. 쌀. 없. 다. 고. 전. 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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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봉 이거나
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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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럼증이 생겼다
귓속에 Howling이 터지듯 울리면
의식조차 뚝 끊기는 것 같다가
휘청
땅과 하늘이 동시에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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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이렇게 돌고 있는 건가?
일상의 의식 뒤편에는 뭣이 있는지
궁금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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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에 의해
죽치고 들어앉아 죽만 먹고 있는 중 이므로
코딱지 밭이며 마당 귀퉁이
둘레둘레 산속에 초록 쌈거리들이 화수분이라도
그림 속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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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생전에 해 주시던
아욱죽을 부탁 했고
아내의 노고 끝에 밥상에 차려졌으나
어머니에게도
아내에게도
죄송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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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한한 시절
절박함으로 넘기던 그 맛,
어디로 간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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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넘어 사시는 아내의 은사님 사모님께서
코로나의 시간들을 한 땀 한 땀 엮어
팔찌로 만들어 주셨고
아내는 한 열흘
돌 돌 돌 돌 재봉틀을 돌려
한복 한벌을 지어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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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서로에게
깜짝 선물이 되는
교감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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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녀 끝 낙숫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까무룩 초록 낮잠에 빠져들어
두서없는 낮 꿈에 혼곤해지기도 하는 산중 오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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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환청같은
뻐꾹새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