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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이 시원찮다고 번잡한 대처의 병원으로 나서는 아내를 배웅하며
가슴 속에서 아지랑이 같은 연민이 인다
철 없던 우리 사랑은
완성이 아닌 소모되어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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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구입요청서 규격란
대, 중, 소로 분류 되어 있으며 이 중 내게 맞는 것은 "중"
그러나 어찌 싸가지 없이 "중"으로 쓴단 말인가?
그리하여 공손하게 써 넣기를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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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끓여 놓은 된장 찌개에
냉이 딱 두 뿌리를 넣음으로써 완결 지어진
황홀한 봄 맞이
화룡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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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생일 선물 고민 중...
보청기에
팁으로
틀니 하나쯤 얹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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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머리에
겨울의 꼬리
가끔은
시어머니 변덕 같은 햇볕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눈섶에 불이 붙은듯한 미친걸음으로
여름이 되어 버리고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