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봄빛 잡설

햇꿈둥지 2011. 2. 22. 06:19

 

 

 

 

#.

비나이다

비나이다

 

달님

내일 밤엔 햇님이 되어 둥실 떠 주시어여~

 

#.

변덕처럼 내려 온 딸아이가

갈듯 말듯

3일째의 선심을 쓰고 있다

 

첫날부터 제뜻대로의 외식에 영화 구경에

난데없는 집주변 드라이브로 선암마을을 돌아치고는

노인분들이 짬뽕 국물로 낮술 거나하신 시골 짜장면 집에서 간짜장 때리기에...

늙은 아비 멱살 잡고 한방병원 들려 제 먹을 보약을 지음으로써

변덕 방문의 대미를 장식 했고

 

나는 망했고,

 

#,

집 주변 약수터들이 대부분 꽁 꽁 얼어 붙음으로써

유일하게 믿음이 가는 주천 약수터 까지 구비구비 돌아돌아 당도해 보니

써 붙이기를

"구제역 종결시 까지 약수터 폐쇄"

 

하는 수 없이 상원사 계곡 눈녹은 물을 퍼 담는 중에

죽은 불은 필요 없고

오로지 "산불조심"

완장 두른 노인께서 노작지근한 양지녘 햇볕에 무료함을 털고 계시다가

 

"그 물을 떠다가 무얼 한대유?"

 

"대보름 사흘 지나 녹아 내리는 이 물로 술을 담그면 누룩을 안써두 술맛이 아주 좋대유~"

 

잠시

건성의 사기 대답에 홀라당 넘어 가신채 빛나는 노인의 눈빛을 보았다

 

노인께서

열흘 불어터진 맹물에 취해 주정을 하시든지

아니면 내 다리몽둥이가 부러지든지

 

다시는 

이 물도 뜨지 못하리... 

 

#.

몇일째

익은 배속같은 햇살이 사운 사운 목덜미에 감겨 드는데

이걸 믿고

무장을 해제해?

말어? 

 

#.

새들은 다시 명랑해지고

나뭇가지마다 물 오르는 소리를

온순해진 바람의 어깨에 기대어 엿듣는 한낮

 

모두들

아지랑이 처럼 일어서시길,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 나들이  (1) 2011.03.28
그저 모를 뿐  (0) 2011.03.18
그 겨울의 기억  (0) 2011.02.12
봄 꿈  (0) 2011.02.04
산중 넋두리  (0) 2011.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