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배 되어 흐르다
서산 능선에 좌초한 상현달
산그림자 마다 길게
승냥이 울고
어리석은 가르침만 가득 담긴 가방을 들고
작은 몸 구부려 방문을 열면
쇠잔한 등불 하나 심지로 박혀 있어서
산등 같은 그림자 서성이는 방
다람쥐가 물어다 놓은 도토리 처럼
놋주발 속 밥 한그릇이
아랫목 이불속에 묻혀 있다가
어머니 한숨 같은 흰 김을 피워 올려서
꾸역 꾸역 혼자의 밥수저가
자주 목에 걸리던 밤
옥양목 스치는 소리로
싸락눈도 내리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