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단순행(單純幸)

햇꿈둥지 2018. 9. 10. 13:49












#.

아침 다섯시반쯤의 박명은

저녘 여섯시경이면 노을이 된다.


#.

아직 어둑한 시간

홀로 걷기에 참 좋다.


#.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되는

한시간쯤의 소요(逍遙) 


#.

이제 막 어둠을 털어낸 구름이

백운을 건너 감악을 어루만지는 시간,


#.

어둔밤 내내 소근소근 흘렀을 개울물이

청량하고 명랑하다.


#.

걷는 동안 비로소

바람과 물과 구름의 얘기를 들을 수 있으니

가장 자연스러운

운행이다.


#.

고요하고

자유롭다.


#.

새볔에 잠시 걷고

텃밭을 어루만지는 치포도락

 

#.

아침나절 잠시의 땀 흘림으로

전족의 콧부리 만한 텃밭은

제법 정갈하다.


#.

배고프면 밥 먹고

피곤하면 잠들뿐인

산 속 살이


#.

저문 강물에 삽을 씻듯

해넘이 무렵

어둠 설거지를 마치고 나면 그만인 날들


#.

단순하므로

행복하다.


#.

여름 보내고

처음

아궁이에 불을 넣었다.


#.

아궁이 깊이로

노을빛 불꽃이 따듯하니

꿈길조차 혼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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