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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다섯시반쯤의 박명은
저녘 여섯시경이면 노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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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둑한 시간
홀로 걷기에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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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되는
한시간쯤의 소요(逍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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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어둠을 털어낸 구름이
백운을 건너 감악을 어루만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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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밤 내내 소근소근 흘렀을 개울물이
청량하고 명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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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동안 비로소
바람과 물과 구름의 얘기를 들을 수 있으니
가장 자연스러운
운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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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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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볔에 잠시 걷고
텃밭을 어루만지는 치포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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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나절 잠시의 땀 흘림으로
전족의 콧부리 만한 텃밭은
제법 정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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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면 밥 먹고
피곤하면 잠들뿐인
산 속 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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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문 강물에 삽을 씻듯
해넘이 무렵
어둠 설거지를 마치고 나면 그만인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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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므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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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보내고
처음
아궁이에 불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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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 깊이로
노을빛 불꽃이 따듯하니
꿈길조차 혼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