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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만에 한대씩 다니는
시골버스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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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나는 차들이 사납게 지나가는 정류장
앞산 찰지던 초록이 이제는 시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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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깊이를 모르게 푸르니
본격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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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내 그을었던 피부 그대로
나들이 길을 나서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가득한
삐그덕 늙은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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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이 아프고
팔목이 아프고
허리가 아프고
어깨가 쑤시고...
모두들
온몸으로 일구던 밭과 들에서 감염된 관절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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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중에도
당연 이때쯤의 얘깃거리는
고추 고추 꼬추다.
"올해 심은 꼬추는 갓이 얼마나 두꺼운지 마르기 보다 무르는게 많아 30근을 버렸네"
"잘 말려 가다가는 깜빡 건조기에 넣어둔 걸 잊어 버려서 까맣게 탔지 뭐여~"
한 평생 내공에도 저토록 시행착오가 많으시니
올해 우리집 꼬추 조금 버린것 정도는 그저 빙그레 웃어 버리면 그만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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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궂은 날이면
마당에서 집안으로 다시 마당으로
끌어 들이고 내 널기를 반복하는 동안 흘린 땀 만큼씩
고추는 고운빛으로 말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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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내 찰진 초록으로 장하던 나뭇잎들이
군데 군데 벌레 먹은 자리 하고도
조금씩 푸석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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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한 생 또한 저러한 것 이라서
세월 가는대로 기어이 겪어야 하는 과정임에도
병원은 북적이고
헛된 보양의 비법이 곳곳에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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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이슬량이 많아지고
제법 시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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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숲새로 쑥부쟁이 피어나고
빼곡했던 앞산 숲에 바람의 길이 선명해지는 계절
가
을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