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겨울 밑천

햇꿈둥지 2010. 12. 28. 11:30

 

 

 

 

 

 

 

 

#.

뜨락엘 나서면 유릿조각으로 뺨을 부비는 것 같았고

난로 가득 주홍빛 불길이 너울 거림에도 실내 온도는 15도 쯤으로 곤두박질을 해서

기어이 주방의 정수기 배관이 얼고 말았다 

 

겨울 속에서의 겨울 준비...

 

주방벽 외벽에 보온재 보강하고 비닐로 덮어 주고나니

이미 기울어 버린 산골 햇님

어쩌라고

이 모진 바람 속에 마늘들은 흙 밖으로 알몸을 드러내 놓고 있었다

얼었다 녹기를 반복했던 흙 때문에 그냥 치솟아 오른듯

다독 다독 비닐 덮는 동안 추위로 버무려진 산그늘 길게 눕고...

 

#.

상량 년도가 2001년이니 꼬박 10여년의 게으름,

거실 한켠 마땅한 용도를 정하지 못해 버려 두었던 공간에 덩그러니 문틀만 매달려 있어서

문틀 만들기 한해에

문살 만들기 한해

그리고 쌓아 놓고 말리기를 서너해...

이제 그만 찬바람도 막을 겸 문살을 만들어 끼워 보자고 시작은 했으나

이것 저것 준비와 궁리에 또 몇일,

콤프레셔와 타카 준비 까지는 좋았는데 몇해를 창고에 박혀 있던 타카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아서

어쩐 일인가 확인하는 중 오작동으로 튕겨진 타카침이 미간에 박혀 버렸다

눈을 피해 다행이라는 안도감 중에

기왕에 박힌 거...사진이라도 한장 찍어 놓을까???

 

#.

이걸 하고 저걸 했음에도

어설픈 일은 마감이 요원하다

 

한지 곱게 발라 은은하게 불 밝힌 뒤 들어 앉아 제일 먼저 해야 할 일,

타카의 부상을 기념하여 소주나 일병 비우면 되겠고...

 

#.

저녘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새볔녘 제법 소복하게 쌓여 있었고 그 위에 흐르듯 깊은 적층의 달빛

서산 달이 기울고

한해가 기울고...

 

#.

꼭 부지런함으로 표현 할 일도 아니겠으나

봄 부터 가을 까지의 성실함을 겨울 밑천으로 쌓아야 함에도

겨울 깊은 날

장작을 구하는 일이 급해졌다

뿐인가

궁리와 벼르기만 하던 흙벽 메꿈의 일 조차 한겨울 발등의 불이 되어

동동 걸음으로 이마에 땀이 솟으니

그럭저럭

밑천 없는 겨울을 몸 때움으로 견디는 중...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한 추위  (0) 2011.01.06
始務  (0) 2011.01.03
겨울 꼭대기  (0) 2010.12.21
12월의 바람  (0) 2010.12.14
그리하여 겨울이여~  (0) 2010.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