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겨울 꼭대기

햇꿈둥지 2010. 12. 21. 08:38

 

 

 

 

 

#. 동지(冬至)

음에서 양으로의 전환이며 어두움에서 밝음으로의 복귀이다

겨울이 다다른 정점, 

눈과 추위에도 아랑곳 없이 이젠 겨울도 내리막 길이 되어 옹크렸던 누구나가 초록 희망을 가져도 좋겠다

허긴

이 겨울속에서 느끼는 갑갑함 보다 훨씬 더 부지런해질까는 알 수 없지만

이제부터 낮이 쌀 한톨 길이 만큼씩 길어진다고 했다

 

그리고 한해의 끝자락

새볔 뜨락에 나서보니

여위어 가는 투명한 달빛

추위와 더불어 흥건하다

 

#.새볔길 고라니

새볔길을 험하게 달리던 차에 다쳤는지

길가에 주저 앉아 있는 고라니 한마리

아주 잠깐 사이 마주치고 스쳐 버린 별빛 같이 맑은 눈...

 

두 눈 가득 빛을 뿜으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질주하는 사람의 자동차라는 것이

이녀석들에겐 터미네이터를 능가하는 공포겠지...  

 

#. 대동계

이장

반장

새마을지도자

부녀회장

대동계장

노인회장

각 각의 감투 아래 "부"의 머릿 글자를 달아 만들어지는 또 다른 감투들로

도대체 몇 안 되는 사람뿐인 이 마을을 속속들이 들여다 보면 감투 없고 완장 안 두른 사람이 없다

 

선뜻 나서서 '내가 하겠소'하는 사람 없으니 대부분 1년 단위의 순환 감투인 셈인데

그 덕분에 내년 한해는 아내가 반장이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모두들 모인 자리,

당연히 곁들여지는 술잔 나눔과 이런 저런 얘기 끝에 번번히 크고 작은 소요가 빚어지곤 했는데

올해는 젊은 쪽이 아닌 연세 드신 분들 쪽에서 거친 육두문자가 난무하는 싸움이 일었고

그걸 말리느라 한잔, 화해 뒤의 한잔...

반장 자질을 시험하는 건지?...

 

모두들 하나가 되기 위해 싸움 정도는 양념이 되고 마는 걸까???

마을 대동계... 끊임없는 불협의 서툰 일상

 

#. 아직도 진행 중인 망년회

12월 한달은 소모적 이었다

왼갖 궁리로 만들어낸 음주의 명분과 더러는 소원했던 사람들 까지를 끼워 넣은 크고 작은 모임들 속에서

12월의 날들은 술잔 속에 침몰하고 말아서 제정신으로 보낸 한해의 날들은

12월의 31일을 공제한 334일...

어지럽고 질펀 했음에도 남은 몇날들에는 아직도 망년의 술잔이 예비되어 있다

 

#. 그리고...

날짜로는 아직 이르니 메리 보다는 미리크리스마스

모든 분들

Satan Claus가 아닌

Santa Claus를 만나시길...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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