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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로는 소설이 지나고
소담한 눈이 연이어 내렸으니 명실공히 겨울 이건만
나뭇가지에는 아직도 선연한 단풍빛 잎들이 남아 있고
누구를 탓 할 수도 없이 피어지는 무향의 꽃들
뒷산 능선을 떼지어 몰려 다니는
바람
바람
바람
풍경이 금속성의 언어들을 내뱉으며 밤새 그네를 타는 추녀 밑에서
정리되지 않는 꿈들을 꾼다
사람의 일
사람의 일들
그 연 이어지는 무게의 신화 또는 전설 같은 일들...
토막 잠이 깨어 날 때 마다
깜깜한 산골 어둠 사이 사이 오로라 빛으로 열려지는 시간의 골목을 방황하곤 한다
아침이 밝기 전에
또
일상의 짐을 꾸려야 하는 부지런한 모두들의 밥상이
어제 보다는 훨씬 따듯한 김을 피워 올렸으면 좋겠다는 아이의 바람을
흐려져 가는 별빛에도 묶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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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는 투명하게 전도 된다
겨울 깊어 질 수록 훨씬 명징 해지는 별빛들...달빛들...
그 어스름 빛 아래를 서성이다 보면
앞날의 일들 보다는
온통 지나간 날들의 일들만 요란하게 착종되는
그리하여 하염없어 지고 마는 계절
마을 모두들
이불을 꽁 꽁 덮고 황토벽 냄새 그윽한 방안에 누웠을 시간,
낮은 지붕 위로
켜켜의 눈이 쌓이듯
켜켜의 어둠이 내리고
벽에 걸린 괘종 시계가 시간마다 둔탁한 세월의 문을 두드리는 시간
눈빛 맑은 노루는
산 속으로
산 속으로
제 발자욱을 남기며
별빛을 핥고 있을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