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錯綜의 세월

햇꿈둥지 2007. 11. 24. 14:41

 

 

#.

절기로는 소설이 지나고

소담한 눈이 연이어 내렸으니 명실공히 겨울 이건만

나뭇가지에는 아직도 선연한 단풍빛 잎들이 남아 있고

누구를 탓 할 수도 없이 피어지는 무향의 꽃들

뒷산 능선을 떼지어 몰려 다니는

바람

바람

바람

풍경이 금속성의 언어들을 내뱉으며 밤새 그네를 타는 추녀 밑에서

정리되지 않는 꿈들을 꾼다

 

사람의 일

사람의 일들

그 연 이어지는 무게의 신화 또는 전설 같은 일들...

 

토막 잠이 깨어 날 때 마다

깜깜한 산골 어둠 사이 사이 오로라 빛으로 열려지는 시간의 골목을 방황하곤 한다

 

아침이 밝기 전에

일상의 짐을 꾸려야 하는 부지런한 모두들의 밥상이

어제 보다는 훨씬 따듯한 김을 피워 올렸으면 좋겠다는 아이의 바람을

흐려져 가는 별빛에도 묶어 본다

 

 

#.

추위는 투명하게 전도 된다

 

겨울 깊어 질 수록 훨씬 명징 해지는 별빛들...달빛들...

그 어스름 빛 아래를 서성이다 보면

앞날의 일들 보다는

온통 지나간 날들의 일들만 요란하게 착종되는

그리하여 하염없어 지고 마는 계절 

 

마을 모두들

이불을 꽁 꽁 덮고 황토벽 냄새 그윽한 방안에 누웠을 시간,

낮은 지붕 위로

켜켜의 눈이 쌓이듯

켜켜의 어둠이 내리고

벽에 걸린 괘종 시계가 시간마다 둔탁한 세월의 문을 두드리는 시간

 

눈빛 맑은 노루는

산 속으로 

산 속으로

제 발자욱을 남기며

별빛을 핥고 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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