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새벽 낚시질

햇꿈둥지 2007. 11. 6. 16:28

 

 

 

 

촌 학교가 있고

당연히 촌학생이 있어서

학교 앞에는 "희망슈퍼"라는 촌스런 간판 하나 서 있는데

들일 나가는 황소처럼 콧김을 뿜어가며 학교 뒷편 산길로 운동을 나가다 보면 삼십 초반의 사내 하나가 꼭 그 만큼쯤 나이 들어 보이는 아내와 둘이 불빛 어슴한 가게 안쪽에서 식용유 냄새 이거나 고추장 익는 냄새를 뿜어 내며

오손도손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고 그건 그들의 어둑한 희망 앞으로 송사리떼 처럼 지나 다닐 아이들을 유인하기 위한 먹잇감들 이었다.  먹고 살아야 한다는 미늘 날카로운 바늘에 떡볶이를 미끼로 꿰고 안개와 물기 서린 가게 유리창에 삐뚤빼뚤 "떡볶이 오뎅 500원" 이라고 써 붙인 찌를 드리운 채 그들은 선하품을 쏟아내며 비늘 반짝이는 아이들이 무성한 세상의 수면을 주시하기 시작 했었다

 

아침부터 밥상과 식탁에서 제 자리를 할당 받지 못한 아이들이 

너도 나도 스치로폼 용기에 담긴 500원 어치의 대체된 애정을 꾸역 꾸역 목 안으로 넘기며 오종종...펭귄떼 처럼 줄 지어 걷는 사이로

 

세상사

숙취를 떨어 내지 못하는

붉은 해가 뜨더라

 

500원 만큼만  비워진 스치로폼 용기가 함부로 버려지듯이

신새벽 여린 어둠을 함부로 베어 먹으며 

그렇게

오늘도 밝아 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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