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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여섯 달 전에
진료 예약을 했었고 그날이 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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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치렁한 시간에 창밖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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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이었다.
그것도
발목이 묻히도록 퍼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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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다섯 시쯤의 어둠 속에서
차가 내려갈 수 있도록
눈과 함께 달빛을 대충 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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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위의 달빛은 낭만이었고
달빛 위의 눈은 낙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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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눈 위에
삭풍조차 당당하니
사위에
살을 에는 추위만 만건곤한 산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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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가 결리도록 긴장한 채
눈길 운전 두 시간여 만에 도착한 도시의 거리거리는
온통
눈
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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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보다 빠르게 거리를 달리던 차들은
아주 공손한 걸음으로 떠밀려다니고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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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신봉해 마지않던 우리의 문명은
처절하게도 눈 속에 침몰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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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앞유리에 붙어 불 켠 눈으로
앞길을 째려보며 경계하기로 애를 쓰던
영상기록장치가 고장이 났다.
이리저리 알아보고 찾아간 서비스센터 젊은 친구는
알쏭달쏭하고도 석연치 않은 설명 끝에
제법 비싼 제품으로 교체를 권 했으나
없으면 말지... 되돌아와서 인터넷 헤엄치기를 며칠,
아주 적은 돈으로 해결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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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의 생각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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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는 진화하고
인성은 퇴화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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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넘치는 사람의 세상에서
체온조차 느낄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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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삭막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