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에 지쳐 발라당 뒤집어져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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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노의 포크레인이 두 사람의 일꾼들과 함께 소토골에 들어섰지만
내게는 특별히 맡겨진 일이 없다. 이게 문제다
언제든지 어떤 일 이든지 어느 곳에서든지 부서지게 일 해야 함이기 때문이다
처리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첫번째로, 산 위의 5톤 용량 집수탱크를 집 뒤로 옮기는 일,
두번째로, 윗 2,3단에 걸쳐 있는 비닐하우스를 해체해서 옮기고 새로 지어야 하는 일,
세번째, 고추건조기를 집 뒤로 옮겨 설치하고 전기를 다시 연결 하는 일,
이외의 집 오름길 흄관 설치와 그레이팅 마감은 스테파노의 개별적 계획과 고집이라고 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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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가량이 묻혀 있는 집수 탱크는 힘 좋은 스테파노의 포크레인에 의해 아주 쉽게 들어내졌지만
15㎜ 배관을 다시 25㎜ 배관과 레듀싱하여 연결 하는 일,
내려진 집수 탱크를 정치(正置)하고 배관을 연결 하는 일은 오로지 막가이버급 보조역의 임무가 되어서
자르고 결합하고 조이고...하므로써 드뎌 통수는 되었으나
산 아래로 30미터 가량을 내려선 탱크의 자체 압력은 형편 없어서 물이 나오는건지 마는건지...
고민 끝에 송수 경로상에 부스터 펌프를 연결하므로써
세팅 압력인 2.5㎏/㎠의 시원한 해결점을 찾아내어 아내를 감동 시키기도 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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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건조기는 애초에 비가림 시설을 할 때,
스테파노의 포크레인이 4미터 길이의 비계용 쇠파이프를 있는 힘을 다 해 박아 놓고도
접결 부위마다 아주 꼼꼼히 용접을 해 놓았으니 해체?
과천대공원 코끼리를 업고 다니지...
잔머리 상의 끝에 통째로 들어 올리고 장애가 되는 부분은 잘라 버린 뒤 재 접결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모아
이렇게 저렇게 어찌 어찌의 끝에 건조기 옮겨지고
휴일의 늦잠을 즐기던 이천의 죄없는 전기쟁이 후배가 동부인하여 잡혀 오므로써
저녘 무렵 전기 살아나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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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비닐하우스
3일째 파이프를 옮겨 세웠음에도 어찌 될건지 알수가 없다
스테파노도 나도 팔에 문신 있는 일꾼 아저씨도 비닐하우스에는 초짜이기 때문이다
오늘,
성질 급한 스테파노의 전화,
비닐하우스 전문가를 초빙 했노라고...
문득 생각 들기를
스테파노의 힘 좋은 포크레인으로 해체하지 않고 통째로 옮길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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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 패이고 쓸린 오름길은 맬꼬롬히 단장될 것이고
용을 써 가며 그길 오름을 몇번 경험하신 분들은 요로케 말씀 하실 것이다
활주로 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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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보다 늦춰진 이런저런 일들이 진행 되는 동안 5월이 되었고
꽃들은 여전히 지천으로 방창하다
비닐하우스가 옮겨진 자리는 흙살 곱게 갈아 엎고 감자를 놓은 자리였다
그 위로 스테파노의 육중한 포크레인이 열번도 넘게 왔다 갔다 부루스를 추어 댔으므로
올 감자 농사는 조진게 뻔하고
비닐하우스 설치 뒤에는 다시 갈아 점적 호스를 설치한 뒤 고추를 심어야 한다는 것,
도대체
이 계절의 끝은 어디이며
망가져 가는 내 팔자의 종착점은 어디인가?
아내의 학창시절 성적통지표 의견란에 이런 표현이 있었다
"창의력이 뛰어난 아이..."
그 창의력 때문에
감자와 함께 나도 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