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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인것 같다가
아닌 것 같다가
봄 이라고 믿으려고 맘 먹었을 때
여름이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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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순 햇볕 속에서
허둥지둥 꽃잎을 터트린 백목련
요절한 봄을 품어 조화로 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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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녀 끝 곳곳마다
들새들 염탐이 분주하다
허공을 품어
허공의 심장을 만드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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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터가 한나절 맴돌기 끝에
푸석했던 갈색의 겨울이
찰진 봄의 속살로 뒤 바뀌었으므로
아내와 나는
어미품 같은 흙의 속살에 씨감자를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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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햇볕은 이미 여름이어서
몸 움직임마다 땀이 되어 흘렀다
관절마다 옹크려 있는 감기 기운들
밤새 신음이 되어 쏟아져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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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 들어 산 세월이 근 이십여년이니
손 닿는 곳곳의 처소며 물건들 조차 낡고 새고...
뜰 밑 샘가,
얼기설기 무성의한 시멘트를 걷어내고
작은 돌을 쌓아 아주 작은 바가지 우물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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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내려 살기 보다는
한 해 또 한 해
살아내기였을 뿐인 매실나무들을 이제 비로소 볕바른 곳으로 옮겨 주었다
미안허이...
내 무성의에 대한 반성없이
봄마다 매화타령만 했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