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감자 놓다

햇꿈둥지 2012. 4. 16. 18:11

 

 

 

 

 

 

 

#.

봄 인것 같다가

아닌 것 같다가

봄 이라고 믿으려고 맘 먹었을 때

 

여름이 되었고

 

#.

따순 햇볕 속에서

허둥지둥 꽃잎을 터트린 백목련

 

요절한 봄을 품어 조화로 피어나다

 

#.

추녀 끝 곳곳마다

들새들 염탐이 분주하다

 

허공을 품어

허공의 심장을 만드는 일,

 

#.

트랙터가 한나절 맴돌기 끝에

푸석했던 갈색의 겨울이

찰진 봄의 속살로 뒤 바뀌었으므로

 

아내와 나는

어미품 같은 흙의 속살에 씨감자를 앉혔다

 

#.

한낮 햇볕은 이미 여름이어서

몸 움직임마다 땀이 되어 흘렀다

 

관절마다 옹크려 있는 감기 기운들

밤새 신음이 되어 쏟아져 나오고...

 

 

 

 

#.

산중 들어 산 세월이 근 이십여년이니

손 닿는 곳곳의 처소며 물건들 조차 낡고 새고...

 

뜰 밑 샘가,

얼기설기 무성의한 시멘트를 걷어내고

작은 돌을 쌓아 아주 작은 바가지 우물을 만들었다

 

#.

뿌리 내려 살기 보다는

한 해 또 한 해

살아내기였을 뿐인 매실나무들을 이제 비로소 볕바른 곳으로 옮겨 주었다

 

미안허이...

내 무성의에 대한 반성없이

봄마다 매화타령만 했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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