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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올듯 말듯
건성건성 지나던 장마가 제정신을 차려
기어이 비 퍼 붓던 날
우비 뒤집어 쓰고 옥수수를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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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살아실제 하시던 말씀,
게으른 놈이 비 오는 날 일 한다더라...
참 귀신 같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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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도
길도
마당도
밀림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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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 오르듯 자란 풀 위로
잔뜩 발돋움을 한 채
흐린 하늘 가운데 벙근
접시꽃 나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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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장마도 비도 물러간다 하니
바쁘게 몸 움직여
껑충 자란 풀들을 정리해야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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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기일이었다
지독히 더웠던 그날의 기억들...
돌아가신 뒤 남겨진 숙제들은 여전히 무겁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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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8월이 막 시작된 첫날,
긴 산통 끝에
씀바귀가 우리 곁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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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인연일까?
3대가 쪼로록 8월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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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겸睿兼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