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회귀 하라

햇꿈둥지 2008. 1. 14. 15:34

 

 

#.

애초부터 시골살이 낭만만을 기대 하지는 않았었다

 

산은 산이요

삶은 SELF 로다... 이므로...

 

집을 짓는 동안

난방 방식을 결정 하는데 숱한 고민을 했었다

해 놓고 편 하기로야 심야 전기 보일러가 그만이긴 했지만

집 짓는 동안 거덜이 나 버린 통장 으로는 초기 투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결국은 등유 보일러를 설치 했는데

한 해 겨울을 나는 동안 근 100여 만원의 지출을 감당 해야 하는 지경에는 이 또한 막막 하기가 마찬가지...

 

하는 수 없이

구렁이 알 같은 돈을 쏟아 부어 보일러 겸용의 벽난로를 설치 하기로 했다

 

기름 값도

전기세도 들지 않는(?)다는 표현은 부적절 하다

이 후로 이노무 난로는 내 어깨 힘과 땀을 연료로 태울 것 이므로...

 

"제 취미는 땔나무 하기 입니다"

 

기특한 정서로고...

 

#.

시골의 비닐하우스와

이런 저런 농기계들을 보며 철 없는 도시 손님은 얘기 했었다

 

"시골도 좋아 졌네요

 추위 모르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철 이른 농작물을 키울 수 있고 힘든 일은 기계가 다하고..."

 

모르는 소리다

토지를 자본과 교환한 것이 비닐하우스 이다

노동력을 자본과 교환한 것이 이런 저런 농기계들 인데

자본의 조달 방식이 영농 자금 지원 이라는 거였다

 

빗속 이거나

한 겨울 눈속에 버려진채 하염없이 녹슬어 가는

움직이지 않는 기계들

 

농가 부채의 무게들...

 

#.

마을회관은 밤 늦도록 불이 훤하다

나이 든 사람, 나이 적은 사람 가릴 것 없이 대동단결 하여 제법 점수가 나면 지폐가 오고 가는 고스톱판을 벌인다는 거였다

 

모여 나누자고 만든 자리에

모여 빼앗아 먹기를 하자는 걸까?

 

그런 판에 

단위농협 에서는 복지 사업 이라고 난방유 공급해 주고

마을 기금 으로는 전기세 내 주고...

 

겨울 이기 때문에

추위 때문에

개울 물이 얼어 붙고 밭을 갈을 수 없으니 

이것만이 유일한 방법의 휴지기 라고...말 하겠으나

 

고목나무 껍데기 처럼 각질화 되어 버린 이 의식으로

봄이 된들

먹어 살이 되는...피가 되는...

어떤 초록 생명을 키워 낼 수 있단 말인가?...

 

숙명 처럼

땅에 엎디어 평생을 살며 세월 마디 마디를 손가락이며 온 몸에 옹이처럼 굳게 박아 살던

내 조상들은

그 방식은

오로지 버려져야만 하는 것 들 일까?

 

추위보다

암울한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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