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視.
聽.
臭.
味.
觸.
다섯 가지 감각에 갇혀 있는 몸뚱이 우선의 삶을 살다 보니
그저 배 부르고 등 따시면 행복 이거니 하며 살았는데
이 나이에 갑자기 무슨 병이 도진건지
창밖 낙숫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이 모든 것은 실재 하는 걸까?
아주 큰 것도, 아주 작은 것도 볼 수 없는 눈 이며
아주 큰 소리도, 아주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없는 귀 이며
신체적 감각 한계 밖의 것은 하나도 느낄 수 없지만 그럼에도 그 한계 밖의 어떤 것들은 분명히 있는건데
다만,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손에 만져지는 이것들 만을 전체로 알고 살아야 하는
나는 무엇일까?
만물의 영장?
죄송해라
이 불완전 하고도 꿈 길 같은 날들이여~
#.
뮌스터 에서
이제 다시 부다페스트로 옮겼노라고
그리하여 이 나라 저 나라 친구들을 사귀었노라고
비싼 전화기 넘어에서 영어 인지 독일어 인지 중국어 인지
완전 짬뽕의 깔깔 웅성 거림이 한 동안 이 산꼴짜기 까지 넘어들어 왔다
모 처럼
먼 이국의 한인 민박 집에서 정성껏 준비해 준 한국 음식은 별로 내키지 않더라는
빵과 버터와 치즈가 너무 너무 맛있어 죽겠다는
그 아이 짐 속에 보물단지 처럼 요것 조것 맛 있다는 것만 골라 넣어 볶아 준
고추장 단지는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 걸까?
그 아이들이 좋아하는 케첩을 보면서 내가 고추장을 연상하는 동안
그 녀석들은 내가 좋아하는 고추장을 보면서 케첩을 연상 했을테지...
나와 그 녀석,
둘 중에 하나는 외계인 인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