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초록 잔치

햇꿈둥지 2015. 3. 29. 19:38

 

 

 

 

#.

박스안의 감자는

고갱이 힘을 모아

앙증맞은 덩쿨손을 허공으로 내밀었다.

 

#.

신새벽 걷기 운동길에 만나지는 무덤 두개

아주 예의 바르게 아침 인사를 한다

"편히 주무셨나요? 오늘은 정말 봄날 입니다

 귀신 같이 아셨겠지만..."

 

#.

둑과 고랑 구별없이 온 들에 초록 순들이 솟고 있으니

드뎌 강원도 살기 좋은 계절이 되었다

서예 가방을 어깨에 메고 

운전 대신 건들 걸음으로 버스를 탔는데

봄볕에 차 마져도 취해 버렸는지

그렁 그렁 동맥경화 증세를 보이던 이놈이 그만 덜커덕 멈춰 서 버리고 말았다

깊은 산골,

네시간에 한번의 유일한 길이 결딴나고 말았으니

아주머니 네분의 앙앙불락이 이해도 된다만

어떻게든 차를 살려 보겠다고 분주한 젊은 기사의 등뒤로 

집 까지의 택시비를 물어내라는 등의 볼멘 소리는 억지스럽다

 

나는 그 소요 속에

갈곳 잃은 아이처럼 가만히 앉아 봄볕을 즐기고 있었다

예상 할 수 없었던 일상의 휴지,

더구나 이 봄빛 속에... 

 

#.

냉이와

민들레와

광대나물로 차려진 밥상

찰지고 무성한 봄잔치,

 

#.

농사짓지 않아도

화수분으로 넘쳐나는 초록 계절

행복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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