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제법 농부

햇꿈둥지 2018. 4. 14. 11:11




#.

개나리

진달래

목련

라일락을 포함 하고도

봄에 피는 모든 꽃들은

순서 무시

불꽃처럼 피었다.


#.

신새볔 새소리

산 중 아침 공기보다 상큼 시원하다


#.

바람 심한 봄날

홀로 밭 갈아 이랑짓기로

긴 사래를 느릿걸음으로 오고 가는 일의 반복

시시포스가 바윗덩이를 굴려 오르내리던 산정의 노고가 이러했을까?


#.

기계조차 사람처럼 낡아

툭하면 고장

바람 심한 봄볕 아래 공구 몇개를 챙겨들고

콧노래 흥얼거리며 고치고 또 고치고...


#.

게으른 선비 책장 세듯

밭 이랑의 나머지를 뒤돌아 세는 일 없으니

제법 농부?


#.

마을 유일한 농기구 수리센터가 영 미덥지 못해

그 믿음을 인터넷으로 돌려 버렸다

물론

스스로의 노고 외에

산 속 험한 길을 오고가야 하는

택배 기사의 수고에 대한 미안함도 있지만


#.

어쨌든

묵정밭 이었던 탓에 곱의 시간과 노력이 들었지만

밭은 다시 정연하게 손질 되었으므로

이 비가 그치면 감자와 옥수수를 심고


#.

그리하여

감자가 싹이 나고 잎이 나서 가위 바위 보..가 아니라

캐서 담아서 택배로

아이들과 형제들에게 나누어 질 것이다.


#.

그렇게 한해 건너기가 될 것,


#.

밤 부터 넉넉하게 비 뿌리시니

황사와 미세먼지로 우울하던 하늘이

부지런한 이의 아침 창 처럼 맑게 열릴 것,


#.

빗 속에

마당가 고로쇠 나무가 연두 꽃을 피웠다.


연두...

말도 꽃도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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