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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밥그릇에 붙은 밥풀떼기처럼
시끌벅쩍한 수도권 언저리에 붙어
나날이 소요만 늘어가는 산 높은 소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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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도시의 속살에 잠입하여
일주일에 이틀쯤 고래 고래 소리 질러
이 나라 민요의 멱살을 잡아 비트는 일에 매진하던 아줌씨들이
도심을 피해 조용한? 모임을 갖기로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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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짜기 오두막 집
집안에 그저 치장되어 있을 뿐인 기타를 구실로
기어코 노래 삼창의 주문이 쇄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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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지랄 날 줄 알았어
까짓거
기타와 노래 실력은 젬병 이지만
봄이니까
화들짝 꽃이 피었으니까
연두 바람이 무시로 가심팍을 파헤치는 날들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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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이의 작은 산골 소년이
연두 바람 속에 잠시 흘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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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 도움으로 잠시 쉬는 사이
경운기 해부를 시작했다
늙은 손으로 낡은 곳곳을 되살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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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 살려서
늙은 소를 몰아 밭을 가는
낡은 농부처럼
이 봄의 늑골을 부드럽게 일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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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부터 내린 빗속에
꽃들은 더욱 요염해서
이 꽃들 다 지기 전에 환장하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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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전화기 카톡이 부산하다
다시 또 떠돌이 병,
이번엔 지난 한해 병원 출입으로 걸렀던 소급분을 포함,
남인도와 스리랑카를 근 20여일 돌아 보기로 한다.
봄빛에 환장한 열두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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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고도
대운동회 전 소운동회 삼아
일본을 다녀 오자는
딸 많은 집에서 가장 극성왕성한 아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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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하고도 낮을 건넌 봄비는
해질녁 까지 흥건 했으므로
앞산은 하루종일 구름 속을 들락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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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빈한했던 뜨락에
온갖 꽃들 방창하니
따로 기적을 얘기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