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꽃뜨락

햇꿈둥지 2018. 4. 15. 03:28









#.

빈 밥그릇에 붙은 밥풀떼기처럼

시끌벅쩍한 수도권 언저리에 붙어

나날이 소요만 늘어가는 산 높은 소도시,


#.

그런 도시의 속살에 잠입하여

일주일에 이틀쯤 고래 고래 소리 질러

이 나라 민요의 멱살을 잡아 비트는 일에 매진하던 아줌씨들이

도심을 피해 조용한? 모임을 갖기로 했단다.


#.

산골짜기 오두막 집

집안에 그저 치장되어 있을 뿐인 기타를 구실로

기어코 노래 삼창의 주문이 쇄도했다.


#.

그래

이 지랄 날 줄 알았어

까짓거

기타와 노래 실력은 젬병 이지만

봄이니까

화들짝 꽃이 피었으니까

연두 바람이 무시로 가심팍을 파헤치는 날들 이니까,


#.

예민이의 작은 산골 소년이

연두 바람 속에 잠시 흘렀었다


#.

비의 도움으로 잠시 쉬는 사이

경운기 해부를 시작했다

늙은 손으로 낡은 곳곳을 되살리는 일,


#.

되 살려서

늙은 소를 몰아 밭을 가는

낡은 농부처럼

이 봄의 늑골을 부드럽게 일구리라


#.

지난 밤 부터 내린 빗속에

꽃들은 더욱 요염해서

이 꽃들 다 지기 전에 환장하고 말지


#.

하루종일

전화기 카톡이 부산하다

다시 또 떠돌이 병,

이번엔 지난 한해 병원 출입으로 걸렀던 소급분을 포함,

남인도와 스리랑카를 근 20여일 돌아 보기로 한다.


봄빛에 환장한 열두명,


#.

그리하고도

대운동회 전 소운동회 삼아

일본을 다녀 오자는

딸 많은 집에서 가장 극성왕성한 아내여,


#.

밤새 하고도 낮을 건넌 봄비는

해질녁 까지 흥건 했으므로

앞산은 하루종일 구름 속을 들락날락,


#.

겨우내 빈한했던 뜨락에

온갖 꽃들 방창하니

따로 기적을 얘기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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