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임도 50리

햇꿈둥지 2009. 11. 16. 06:05

 

 

 

 

 

#.

바람 불기를 기다려 수은주는 곤두박질을 시작했고

푸석한 갈대들이 바람의 끝마다 몸을 세워 일러 주던 그곳에는

찬란했던 가을이

박제 되어 있었다

 

 

#.

백운의 속살을 뭉떵 들어내어 성의없이 눕혀 놓은 임도 50리,

 

아무렇게나 바람 속으로 뛰어들던

산새의 무리 같은 낙엽...이거나

낙엽의 무리 같은 산새들,

 

 

 #.

일 없이 바쁜 길을 도막내며 서 있는 신호등이 없는 길,

이를 앙다문채 날카로운 엔진음을 쏟아내는 차가 없는 길,

그리하여 사람조차 없는 길에는

 

바람과

구름과

송곳니 날카로운 겨울뿐 이었다

 

 

 #.

잠시

바람의 틈새를 빌려

막걸리 한잔을 마실 때 쯤

 

그토록 애중하던 사람의 일은

또 얼마나 허망 하든지...

 

가을 반

겨울 반이 제멋대로 엉켜 있는 임도 50리를

흔들흔들

바람과 손잡고 걸었지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건너기  (0) 2009.12.14
비상구가 없다  (0) 2009.12.07
이미 그러하다  (0) 2009.11.10
가을비  (0) 2009.11.09
문명으로 부터의 광복  (0) 2009.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