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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먼저 앞장을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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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날들 초록으로 성실했던 나뭇잎들이
잠시
노을빛 정염으로 불타 오른 뒤
속절없이 쏟아져 내리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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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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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 항아리 속에 담겨진 김치소에선
엽서 같은 낙엽들이 섞여 나오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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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울,
명랑하던 새들도
뒷산 깊이 숨어 버리고
산새 대신
배고픈 고라니가 기진한 목소리로 울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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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밤,
구들방 가득 불을 들이고 나면
그 온기 만으로
안온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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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
바람소리와
나뭇가지들이 서로 몸을 비비는 낯선 소리들은
늘 새로운 전설이 되고
나무들은
그 이야기들을 나이테로 둘러
추운 밤에도 조금씩 몸을 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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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겨울은
아주 춥지도
아주 외롭지도 않은
따듯한 시간들이 될 수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