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신 무력감에 동반하여
눈은 물론
혀와 입안을 가리지 않는 점막 충혈
가끔 코피가 쏟아지기도 하고
지독한 소화불량에 더한 변비와
어둠의 무게와 길이를 곱으로 느끼게 하는 불면,
홀로의 힘으로 털어내야 하는
후유증들이다.
#.
낮 열두시쯤 부터
서향의 창문을 넘은 겨울 햇살이
조용한 배밀이로 바닥에 고여든다.
#.
식어가던 구들방 온도는 햇빛의 힘으로
조금씩 오르기 시작,
#.
이 시간쯤
아궁이 가득 불을 넣으면
햇볕과 더불어 빠르게 따듯해졌다.
#.
겨울 진화,
#.
네시반에 해가 떨어지고
다섯시 부터 어두워진다.
#.
산골의 침몰이며
어둠 속으로의 자맥질,
#.
밤새 하고도 한낮 동안
추녀끝 풍경은 요동을 쳐 댔고
#.
헝클어진 바람을 등에 엎은채
점령군 처럼 쏟아져 내린 첫 눈,
#.
여름내 더북했던 풀들이
갈색의 푸석한 모습으로 아주 낮게 누워있다.
#.
누워 있으면 되는거였다
저 마른 풀 처럼,
진정한 치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