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겨울 진화,

햇꿈둥지 2017. 11. 22. 03:55





#.

전신 무력감에 동반하여

눈은 물론

혀와 입안을 가리지 않는 점막 충혈

가끔 코피가 쏟아지기도 하고

지독한 소화불량에 더한 변비와

어둠의 무게와 길이를 곱으로 느끼게 하는 불면,


#.

홀로의 힘으로 털어내야 하는

후유증들이다.


#.

낮 열두시쯤 부터

서향의 창문을 넘은 겨울 햇살이

조용한 배밀이로 바닥에 고여든다.


#.

식어가던 구들방 온도는 햇빛의 힘으로

조금씩 오르기 시작,


#.

이 시간쯤

아궁이 가득 불을 넣으면

햇볕과 더불어 빠르게 따듯해졌다.


#.

겨울 진화,


#.

네시반에 해가 떨어지고

다섯시 부터 어두워진다.


#.

산골의 침몰이며

어둠 속으로의 자맥질,


#.

밤새 하고도 한낮 동안

추녀끝 풍경은 요동을 쳐 댔고


#.

헝클어진 바람을 등에 엎은채

점령군 처럼 쏟아져 내린 첫 눈,


#.

여름내 더북했던 풀들이

갈색의 푸석한 모습으로 아주 낮게 누워있다.


#.

누워 있으면 되는거였다

저 마른 풀 처럼,


진정한 치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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