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초록 아우성

햇꿈둥지 2020. 2. 25. 13:08

 

 

#.

봄에 쫒긴 겨울이

밤새 건달 바람과 함께 추녀끝 풍경을 걷어차고 다니더니만

늦은 밤 부터 봄 비 내리시고도

하루종일 젖은 걸음으로 뜨락을 어지렁거릴 모양이다.

 

#.

이토록 변덕스러운 일기에도

마당가 눈개승마는 조심조심 허공을 염탐하여

화해의 새순을 내밀기 시작했다.

 

#.

그리하여

봄 이다.

 

#.

사람의 거리는 코로나의 흉흉한 소문에 

지레 기침을 하거나 열에 달 떠서

모두모두 마스크로 중무장,

 

#.

익명(匿名)의 사람들이

익면(匿面)의 낯선 거리

 

#.

헛기침이

기척의 척후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

곤궁 했으나

따듯한 사람들이 손잡고 살던 날들,

 

#.

이마에 골 깊은 주름이 있는 노인들이

하루를 소요하던 경로당 마져 몇일째 휴업 중,

 

#.

모두의 가슴에 굳게 닫혀진 빗장을 풀고

사람의 들에서 아지랑이 처럼 일어서야지

 

#.

천지의 생명이

아우성 치며 일어서는

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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