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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쫒긴 겨울이
밤새 건달 바람과 함께 추녀끝 풍경을 걷어차고 다니더니만
늦은 밤 부터 봄 비 내리시고도
하루종일 젖은 걸음으로 뜨락을 어지렁거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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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변덕스러운 일기에도
마당가 눈개승마는 조심조심 허공을 염탐하여
화해의 새순을 내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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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봄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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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거리는 코로나의 흉흉한 소문에
지레 기침을 하거나 열에 달 떠서
모두모두 마스크로 중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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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匿名)의 사람들이
익면(匿面)의 낯선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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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기침이
기척의 척후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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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궁 했으나
따듯한 사람들이 손잡고 살던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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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에 골 깊은 주름이 있는 노인들이
하루를 소요하던 경로당 마져 몇일째 휴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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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가슴에 굳게 닫혀진 빗장을 풀고
사람의 들에서 아지랑이 처럼 일어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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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의 생명이
아우성 치며 일어서는
이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