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수양산 그늘에 치어

햇꿈둥지 2008. 2. 18. 19:14

 

 

#.

숭례문이 타 버린 뒤로

일감들이 마른 벌판의 불길처럼 번져 오기 시작했다

이걸 하자

저걸 하자

이것도 하자

저것도 하자

덕분에 몇날 몇일을 해가 뜨는지...해가 지는지...

 

"스님 계신 사찰의 도면이 필요 하옵니다"

"출가한지 이십년이 넘었지만 나도 모르고 주지 스님도 모르십니다"

 

"부처님을 잠깐 바꿔 주시겠습니까???"

 

#.

조카 아이가

소토골 넘어 밤마다 가로등 불빛 뿜어대는 도시로 이사를 하던 날,

큰집 잔치에 돼지가 아닌

작은집 잔치에 소를 잡는 꼴이 되어

이 일

저 일

이 것

저 것

왼갖 짬뽕의 일을 거들어 주다가 내 집이 아닌 그 아이들 집에서 잠이 들었었고 마천루 같은 아파트에서 내려다 보던 도시의 풍광들

교회의 첨탑 위에서 밤새 붉은 빛을 뿜어내는 거룩한 십자가와

단 한번도 눈꺼풀을 내려 앉힐 수 없는 네온 사인과

어두움 속살 깊이에서 밤새 화냥끼를 쏟아내는 가로등과...

 

별빛이 목마른 도시의 밤,

 

#.

"졸업을 해요"

"축하 한다"

"말로 만요"

"알았다 백만원을 주마"

 

백원짜리 동전 하나와

만원 짜리 지폐 하나를 건네 줬다

 

무지 무지 좋아하는 그녀석의 웃음 뒤에서 

넘치는 보람 같은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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