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살며 사랑하며

햇꿈둥지 2008. 2. 3. 10:34

 

 

 

#. [중독...아니면 체념...]

     오후 시간부터 나뭇단을 쌓았습니다. 원목의 화목 둥치를 일일히 톱으로 잘라 쌓으며 산꼴짜기 부부는 그림자 길어지도록 마당가를 맴 돌았지요

쌓아 놓은 나무의 절단면에 제 각각 동그랗게 무늬져 있는 세월들

부부 되어 살아 온 우리 안에 스물 일곱번째 나이테가 만들어진 날 입니다

 

 

#. [꽃이 시든다고 향기조차 시들으랴...]

    전날 집에 들지 못 했으니 저녁 에라도 일찍 들어 내 마음 아직 꽃 보다 못 함이 없으니...꽃 한다발을 준비하고 예쁜 케익도 준비 했는데 그 밤 갑자기 오는 사람 가는 사람...사무실의 어수선함이 송별식, 환영식 자리로 이어져 집에 들 수 없었던 상황,

추운 밤 차 안을 지키던 꽃은 시들어 버리고

케익은 아이스크림이 되어 버렸습니다

서걱이는 케익을 베어 먹는 동안 아무리 차고 매운 세상 이라도 우리 둘이 나누면 몽땅 온기가 되리니...

 

사랑이 뭐 별거랴...

이론이 아닌 몸 부대끼어 나누는 이치를 체득 한다면...

몸 대신 마음 포개어 따듯한 밤,

 

 

#. [평생 놀이]

    해 떨어져서 어둡고

머리 가득 톱밥이 얹힌 늦은 시간,

생선 굽고 나물 무쳐 저녁상을 마주 합니다. 아이들 조차 없는 고요함에 묻혀 초로의 부부 어둔 불빛 아래서 나누는 밥상...

 

우리 연애질 할 때는 이런 시간 얼마나 고대 했어?

철딱서니 없는 바람대로 사는구만...

 

평생의 소꿉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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