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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에 잠 깨어
기어이 커튼을 쳐야 하는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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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너무 밝아서인가?
반딪불이는
여전히 감감 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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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여린 햇볕에 심겨진 옥수수들은
이제 모두 거두어지고
팔월 더운 바람에 마른 몸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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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김장 배추와 무를 심고
빗 속에서 함부로 자란 풀들을 베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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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저녁에
음악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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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 끈끈한 더위 아랑곳 없이
카르멘과 지고이네르바이젠
선율이 감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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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고도
이런 저런 모임 약속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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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 일거리 관계없이
어떻게든 놀 궁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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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일거리들이 매달려 있는데
먼 곳을 지나는 태풍과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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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빗소리로
산 중 누옥이
소란소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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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퍼지기 전 잠깐의 일 끝에
샘물로 땀을 씻고
옥수수 두개 감자 두 알을 삶아
빈자의 한끼로 받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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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카시아 향 닮은 꽃 몇송이
데크 위에 누워 있길래
더운 물 위에 띄워 한 모금 마시니
온 몸에 가득 번지는
꽃 이전의 향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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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 익은
8월의 바람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