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순례 길,

햇꿈둥지 2019. 7. 16. 17:19





#.

무기력증과 발저림

때때로 혈압의 요동,


#.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

병력에 따른 후유증이란 결론이 가장 쉬운건데

그 후유증의 양상이 다양해진건지

아니면 우려처럼 recurrence인지,


#.

두달 가량

바쁘게 병원을 쫓아다녔다.


#.

순례하듯

일반 내과를 시작으로

내분비 내과를 거쳐

피부과를 기웃거리다가

다시 이비인후과를 돌고

신경과를 찍은 후에

또 무슨 무슨 센터를 거치면서

수 많은 검사와 검진을 이어야 했다.


#.

이러다가

산부인과 까지 가게 될 것 같다.


#.

문제는 증세의 원인이 명확치 않다는 것,

호전이 되어도 이유를 모르겠고,


#.

신경과 처방에는

항우울제가 포함되어 있었다.


#.

오늘 아침

밥 먹다 말고 슬금슬금 웃는 나를 보며

정색을 한 아내가 물었다.

- 왜 그래?

- 항우울제 약효 때문이겠지...


#.

이 틈새

전교의 사명으로 무장한 교우들께서

또 십자군 처럼 들이닥쳤다.

기어이 멱살이라도 잡아 끌고 갈 기세다.


#.

그러나 여전히

아이같은 궁금과 사상적 신뢰가 용납되지 않는

교회 안에서의 막연한 경건은 견디기 어렵다.


#.

근 삼일째

거칠게 소나기가 내렸으므로

과연 장마로다.


#.

말라 죽어 가던 작물들은

이제

장대처럼 일어선 풀들에 치어 죽을 판이다


#.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

밭 꼴이 농사라는 이름으로는 죄송한 지경임에도

때 맞추어 지붕 손질 마친 일이 하도 대견해서

거친 빗속에서도 뽀송한 처마 아래를 훔쳐 보며

수시로 만세 삼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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