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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증과 발저림
때때로 혈압의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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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
병력에 따른 후유증이란 결론이 가장 쉬운건데
그 후유증의 양상이 다양해진건지
아니면 우려처럼 recurrence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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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 가량
바쁘게 병원을 쫓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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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하듯
일반 내과를 시작으로
내분비 내과를 거쳐
피부과를 기웃거리다가
다시 이비인후과를 돌고
신경과를 찍은 후에
또 무슨 무슨 센터를 거치면서
수 많은 검사와 검진을 이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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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산부인과 까지 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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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증세의 원인이 명확치 않다는 것,
호전이 되어도 이유를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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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 처방에는
항우울제가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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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밥 먹다 말고 슬금슬금 웃는 나를 보며
정색을 한 아내가 물었다.
- 왜 그래?
- 항우울제 약효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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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틈새
전교의 사명으로 무장한 교우들께서
또 십자군 처럼 들이닥쳤다.
기어이 멱살이라도 잡아 끌고 갈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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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전히
아이같은 궁금과 사상적 신뢰가 용납되지 않는
교회 안에서의 막연한 경건은 견디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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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삼일째
거칠게 소나기가 내렸으므로
과연 장마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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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 죽어 가던 작물들은
이제
장대처럼 일어선 풀들에 치어 죽을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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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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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꼴이 농사라는 이름으로는 죄송한 지경임에도
때 맞추어 지붕 손질 마친 일이 하도 대견해서
거친 빗속에서도 뽀송한 처마 아래를 훔쳐 보며
수시로 만세 삼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