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불각시에 떠나다

햇꿈둥지 2011. 7. 18. 12:44

 

 

 

 

#.

몇일째더라?...

장맛비 속에 갇혀 빗방울과

그 빗방울이 지상에 뛰어내려 제 몸으로 만들어내던 동그라미와

물속 같은 질척함과

마당이며 밭이며를 가릴것 없이 산발해 있는 초록과

이 눅눅함을 털어내자고

장마가 쇠잔해지던 날 바닷가를 향해 무작정 떠났다

케케묵은 등산 장비들을 두서없이 꺼내 들고...

 

산 중 누옥을 지키는 일이야

두 눈 부릅뜬채 창안을 염탐하는 나방에게 맡기고

  

 

 

#.

망상 해변의 하룻밤,

 

육지 먼 바다 가운데 쯤을 거친 바람이 지나고 있는지

제법 덩치 큰 파도들이 파이프 라인을 만들며 육지로 뛰어 들고 있었는데

이 사진이 만들어지기 전 까지의 밤 깊은 시간 속에는

동행의 억지를 선뜻 끌어 안아 주신 두분 정 깊은 님들과의 만남이 있었고

흰 포말을 앞장 세운 파도와 바닷가 야영의 추억이 묻혀 있으며

기타 반주에 맞춘 흰머리 성성한 이들의 노래 소리들이 있으며

 

새벽잠을 두드려 깨우던 그놈의 기차 지나는 소리가 있으며...  

 

 

 

#.

뺀도롬한 고속도로를 버리고

삼척-정선으로 통하는 백복령 길을 넘다가

-이 고개 한번 넘을 때 마다 백가지의 복을 받는다 해서 백복령 이라는 즉설과

-이 얘기를 믿는 사람만이 백가지 복을 받는다는 사기성? 쐐기 박기에...

 

어찌 되었거나 함께 이 고개를 넘으신 두 분,

오늘부터 매일 매일 복 받으셨다고 생각 되시는 일들을 잘 정리해 보시길...

 

 

 

#.

정선장 한 가운데가 질펀한 해학을 버무려 북치고 장구치고 신명난 타령이 흥겹다

간간히 지나는 구경꾼을 붙들어 억지 노래를 청하는 짓궂음도 넉넉한 마음으로 이해되는 사람의 거리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환영 한다는 시의성 멘트를 자랑스럽게 곁들이는 그는

강원도 토종의 각설이,

 

기어이 올챙이 국수와 메밀묵을 곁들여

정선 막걸리 한잔을 나누었던 자리,

국수 말기에 정신없는 쥔아줌니 불러 신신당부 하기를

-황소개구리 올챙이 말고 참개구리 올챙이 국수를...달라고...

 

재래의 시장에

뺀도롬 현대판으로 정비된 건물과 가계들이 어쩐지 양복에 상투차림의 어색함,

 

 

 

#.

장마 떠난 자리에는

등가죽을 벗길듯한 땡볕과

빗속에서도 하염없이 몸집을 키운 초록 공룡의 자리가 큼직 하고도

칠월 열엿새의 어깨를 딛어 오르는 넝쿨손

 

여름 깊은 날들 속에 등줄기로 골져 흐르는 땀

 

이제 이곳 소토골에는

휴가를 위해서이거나

휴가를 가는 길에 잠시 이거나의 발길들이 북적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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